터키어 번역본이라 그런지 알아먹기 힘든 단어가 많았다. 특히나 투르크족의 왕이나 귀족, 세밀화가들의 이름이 나올때마다 나는 현기증을 느껴야 했다.
세밀화라는 것에 대해 자세히 본 적은 없지만 대충 설명만 들어도 알 수 있을 정도의 그들의 강박적인 그림에 대한 섬세함. 그리고 그 그림의 전통과 종교적 믿음에 대한 자부심이 충분이 느껴졌다.
사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소설이라는 새빨갛게 포장된 표지를 봤을 때 이걸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많은 고민을 때리고 있었다. 사실 노벨상이라는 건.. 영예이긴 하지만 나같은 보통 사람이 읽기엔 "나 무척 지루한 책임" 이라는 타이틀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렇지만 왠지 재미나 보이는 제목 하나만 믿고 어렵사리 골랐다.
역시.. 읽는 순간 빨려들어가는 색깔과 대사에 대한 몰입도는 타 소설과는 비교가 어렵다.
무라카미 류는 음악을 글로 썼다면, 오르한 파묵은 그림을 글로 썼다고 보면 옳을 것이다.
(사실 무라카미 류 너무너무 좋아한다)
각 장마다 전개되는 화자만의 특유의 말투라든가(이건 원본이 훨씬 훨씬 백만배쯤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내가 터키어를 모르는 이상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이다) 전지적 시점으로 보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은 각 화자의 1인칭 시점으로 보는 다각도의 투영 구조라든가 많은 사물에 대한 특이한 각도의 관심들.. 그리고 어쩐지 동경되는 장소인 이스탄불에 대한 신비감 등이 결합되어 상당시간 소설을 즐기게 했다.
그렇지만 재미있다고 빨리빨리 후다닥 읽어치울 수 있는 소설은 아니다.
종교적인 해석과 그림에 대한 지나친 묘사, 그리고 그 지나치게 세밀한 그림만큼이나 난독증을 불러 일으키는 단어들로 인해 굉장히 오랜시간 책을 붙들고 있게 했다.
일단은 가볍고 경쾌한.. 일본풍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스타일을 보고 싶을 때만 읽으라고 권하고 싶고.. 이국의 문화에 대한 동경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당장 달려가서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아마도 비행기 티켓을 끊고 싶어서 애가 탈지도 모른다.
내 35세 기념여행의 목적지는 이집트에다가 이스탄불이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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