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 책장의 1/3은 이쪽 장르의 책이 꽂혀있다는 나의 문학적 편향성도 한 몫하지만 국내에 출간되는 공포물이라는 게 소수이기도 해서 고르다 보면 거의 반은 졸작에 쓰레기고 나머지는 어느정도 봐줄만하다는 정도가 되기도 한다.
검은선의 경우는 "무심코 집었지만" 무척 잘 고른 경우가 볼 수 있다.
(이미 여기서 내 평점은 나온듯)
영화 그랑블루를 기억하는가?
솔직히 지금 생각나는 장면은 장르노가 시간 재는장면 같은 거밖에 없지만 그 영화가 주는 기이한 느낌은 아직도 남아있는데 바로 검은선의 소재가 되는 것이 이 무호흡잠수이다.
영화 그랑블루에서는 한없이 아름답고 초월적인 소재로 등장했던 이 무호흡잠수가 검은선에서도 역시 초월적이고 신비롭게 등장하기는 했지만 촉이 공포로 맞닿아 있다.
일단 범인을 추적하는 단순한 스토리의 소설은 아니며 소설 초반부터 범인은 공개되고 그를 취재하는 취재원이 그의 살인자취를 따라가면서, 혹은 그의 가르침을 사사받으며 (결국 그 두가지가 같은 의미라는 것을 소설을 다 읽게 되면 확인하게 될 것이다) 공포의 검은 선의 존재에 다가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살인의 방법이 기이하고 독특한 의식의 빛을 띄어 신비감을 더하고 있는데 귀신나오는 공포물이나 무작정 살인의 공포물에 대해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많은 공포물 매니아들에게는 신선한 소재가 아닐까 생각된다. 정작 나 자신도 장면들을 상상하면서 읽게 되었으니 말이다.
무호흡잠수라는 것을 소재로 삼은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그만큼 신비스럽고 접근하기 힘들며 고통을 초월한 쾌감(정말로 그 선수들이 쾌감을 느끼는지는 모르겠다)과 강도높은 절재하는 생활.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 고요하고 아름다운 바다에 홀로 줄 하나에 의지해 인간임을 벗어나는 느낌들.
어쩐지 신비롭고 아름답지만 숨을 참으며 심장을 쥐어짜는 고통을 수분간 유지해야 한다는 공포스러움. 어두운 심해에 오직 홀로 깊은 밀도의 젤리질에 갇혀버린 두려움이 공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지난번에 금단의팬더를 읽으면서 상당히 실망했는데 검은선 읽고서 조금 만회된 듯 하다. (소재의 참신성이나 묘사의 세련됨 등에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