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라시인지는 모르겠지만 모 신문사에서는 하루만에 몇백킬로그람이 팔렸다며 마치 "소설" 같은 기사를 써 냈습니다.
아무리 시위를 해도 결국 본격적으로 시장에 풀리게 되면 주머니가 얇아진 서민들은 "위험하지만 그래도 싸니까 어쩔 수 없지..." 하면서 장바구니에 미국산 쇠고기를 담게 됩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계속 논의됐던 선택의 자유가 없는 학교, 부대, 기타 기관의 급식부분, 그리고 식품에 들어가는 첨가물로서의 원산지 표기 부분 등이 "우리집 식탁에 대한 위협" 이 아닌 "내 위장에 대한 위협"이 되어 돌아오겠지요.
네.. 전부 맞는 말 맞습니다.
돈없어서 쇠고기 못먹었는데 이참에 죽더라도 원없이 실컷 먹자는 분도 있구요.
한우 너무 비싸서 못먹었는데 잘됐다는 분도 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과 도살과정의 불투명성, 국내 검역권의 무력성... 모두 떠나서요.
도축된지 최소 8개월이 넘은 고기... 믿을 수 있습니까?
지난 10월 검역중단된 쇠고기가 이번에 검역되어 풀린다면서요. 국내에 상륙한지 8개월 된 고기입니다. 국내에 상륙하기 전엔 배편으로 얼마나 오래 걸려 한국으로 왔을까요. 거기에 더해 실제 소를 도살하여 가공공장에서 포장하는 기간은 얼마나 걸렸을까요?
도살에서 가공까지 걸리는 기간 약 1주 (짧게 잡아봅시다)
가공 후 수출용으로 분류하여 선적하는 기간 1~2주 (미국 시스템을 잘 모르지만 공장화되어있다고 하니 그정도 예상)
선적 후 한국으로 배송하는 기간 약 1주
한국도착 후 검역하고 하역 후 각 수입업자에게 배포되는 기간 1주
이 기간동안 쇠고기는 냉동된 상태로 관리됩니다.
자 그럼 국내 도축된 쇠고기의 기간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부분은 저희 아버지가 하시는 정육점을 기준으로 합니다. 대형 업체에서는 또 다를 수 있습니다)
지정도축장에서 도축 후 당일 직접 가공 1일
도축 당일 오후 매장으로 배송 (윗 날짜에 포함)
판매 매장에서 판매단위별 재가공 1일
당일 판매육 모두 생고기로 판매 (이후 판매분은 냉장 또는 냉동보관)
1달 내 판매
소형 정육점인 저희 부모님 가게에서는 저렇게 합니다. 물론 대형 육가공 공장같은곳에서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는 있지만 그래도 1달을 넘기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겁니다.
마트에 가면 발그스레하니 냉장코너에 마치 생고기인 양 전시되어 있는 고기가 수입산의 경우에는 사실 냉동됐다가 재포장 과정에서 녹은 것이라는 말인데요. 녹은 후부터는 급격히 유통기간이 짧아지는 거겠죠.
정말 앞으로는 쇠고기가 즉시도축 후 선적하여 생고기 상태로 2~3일 안에 온다고 하더라도 지금 당장 풀리는 그 8개월 넘은 쇠고기는 어떻게 믿고 먹습니까?
처음부터 냉동상태로 제조되어 판매하는 아이스크림조차도 유통기한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아이스크림도 상한다네요. 8개월 지난 쇠고기는 .. 안전할까요?
솔직히 얘기하자면 정육점 하는 저희 식구들도 팔다 남은 고기 쬐끔 변색되거나 하면 찜찜해서 안먹습니다.
매장의 특성상 냉동상태에서 꺼내 자르고 다시 넣고 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변색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미국 쇠고기처럼 1달씩 지난 고기는 아니지요.
아무리 냉동보관이라지만 2달을 넘기면 "식품"으로서의 상태도 의심이 되기 때문에 가격을 다운시켜서 빠른 기간 안에 판매해 버리지, 어느 나라의 무슨 고기처럼 8개월 냉동창고에 처박아 놨다가 팔지는 않습니다.
30개월 미만의 SRM부위가 모두 제거된 살코기만 수입해서 도축 후 1달 이내에 국내에 판매개시를 한다면 조금쯤은 저도 한번 먹어볼 용의는 있습니다.
사실 저도 정육점집 딸이지만 쇠고기 비싸서 부모님께 그냥 꺼내먹자 말 못하니까요. 더군다나 객지나와 혼자 생활하니 더더욱 고기가 고프지요.
저혼자 먹고 저혼자 걸리는 인간광우병이라면 뭐 저는 솔직히 그런것 신경 별로 쓰지 않는 타입입니다만, 나와 무관한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 제 무관심때문에 무심코 수입해서 먹고 그 질병에 걸릴까봐 더 걱정이고, 그래서 더욱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네.. 지금 촛불집회 나오는 사람들의 많은 수도 쇠고기 수입되면 주머니 사정과 여러가지 이유로 먹을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 "어쩔 수 없게 먹게 되는 상황"을 막고자 이 촛불집회가 계속되는 것이지요.
게다가 8개월 지난 고기라니!!! 무슨 라면이나 과자같은 가공식품도 아닌 "쇠고기" 입니다. "육류"지요.
그 옛날 가정시간에 식품의 유통기한에 대해 배웠을겁니다.
달걀은 냉장보관해도 1주일이 지나면 상하기 시작하고, 우유도 마찬가지이지요.
쇠고기도 아마 그 "가정 교과서" 어디쯤엔가 내용이 있었을 겁니다.
살아있는 소를 도축하여 살과 근육 부위를 잘라 그 어떤 가공처리를 하지 않은 채 냉동시킨 그것이 과연 얼마간의 유통기한을 거칠지... 내심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설사 정부에서 미국산 냉동육은 유통기한이 1년입니다!!! 안전합니다!!! 라고 조중동에 또 돈발라 광고를 낸다해도 저는 죽은지 8개월 넘은 소의 냉동시신따위는 먹을 생각이 없답니다.
제가 쓴 이 글은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했을 때 8개월 된 쇠고기 먹을 수 있냐 없냐 하는 내 입에 들어가는 먹거리에 대한 문제입니다. 어떤 분들은 오래되면 어때 먹고 탈 안나면 되지, 하실수도 있고, 어떤 분은 꼼꼼하게 유통기한 챙길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본격 수입이 되면 8개월씩이나 된 물건이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적체물량부터 팔아버리겠다는 생각 자체가 틀려먹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가뜩이나 미국에서 쓰레기 쇠고기 가져온다고 난리도 아닌데, 국내에 들여온지 8개월 된 정말 "쓰레기에 가까운" 장기 냉동 고기부터 팔아치우겠다고 하니 글을 안쓸 수가 없더군요.
국내 한우나 육우는 저런식으로 유통되지 않습니다. 광우병 위험에 앞서 기본적인 유통조건부터 제대로 확인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