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지지 않고 살아나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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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올해는 뭐해야지.. 하고 연초마다 계획하고 돈들이고, 삽질도 했지만 제대로 해 놓은 것 없이 서른넷이나 먹어버렸다.

그래서 올해는 스스로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현명한 건지 우둔한건지)

그래도 나름 사람이라는 건 뭘 해야지 하는 막연한 감정은 갖게 마련이라, 그런 이러저러했던 뭉게뭉게 기억들을 모아 얼마나 실천했나, 얼마나 남았나 정도를 결산해본다.
게다가 이제 내년이면 꼭 삼십대를 반이나 지나버린 시기니까 내가 서른이 되던 그 날 했던 것처럼 작게나마 축하, 또는 반성의 파티를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서른 되던날 혼자 케익에 초 꽂아놓고 셀프축하했다고 하면 다들 무슨 우울증환자나 노처녀증후군이나 찌질궁상이라고 생각하던데 사실 난 그날 기분이 무척 좋았거든)

1. 대학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이건 사실 예정에도 계획에도 없던 일이었다. 그냥 막연히 배우던 걸 마저 배우긴 해야겠는데 돈은 없고, 재입학을 하자니 학비도 요즘 비싸고, 회사를 관두고 다녀야 하니 경제적, 시간적으로 여유도 안되고, 집이 풍족한 집안도 아니니 그냥 반쯤은 포기한 상태인 거였다.
다만 업무와 관련해서 이런저런 공부를 더 하고 싶기도 해서 세미나나 교육을 알아보던 차에, 이놈의 교육비가 얼마나 비싼지 식겁을 하고선 그것보다 저렴한 사이버대학을 택했던 것.
뭐 지금은 반년이 지난 상태에서 반액 장학금도 한번 받았고, 내년말이면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고(그래요. 저 학사도 못땄어요 ㅋㅋ) 그러면 최소한 십년 경력 중에 반은 건질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안도감도 든다.
다음학기는 전액 장학금을 노리고 있으나 이번학기에 신청한 강의들이 지난 학기에 비해 난이도가 좀 있는데다, 욕심내서 강의를 많이 신청한 덕분에 매 주말마다 강의 소화하느라 아주 체하겠다.

2. 다이어트는 뭐 절반정도?
해마나 결심하는 누구나 결심하는 그런 종류의 외모에 대한 욕구겠지만, 나는 사실 좀 더 절실한 편이고, 갑상선이니 만성피로니 해서 남들보다 세배정도 피로감을 빨리 타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연초에 거의 사기성에 가까운 한의원에 속아 백만원에 가까운 약값을 탕진하고, 알러지성 가려움이라는 질병을 얻어버린 초 난감한 상황.
거기 쓸 돈을 차라리 다른 데 썼더라면 좋았을 것을...
어쨌든 돈으로도 안되는 살과의 전쟁 두번째 시즌을 실패로 막 내리며 생활패턴을 조금 바꾸었다. 피로감 때문에 저녁 활동을 게을리하고 바로 잠드는 일이 없도록 정시퇴근을 하고 있다.
그깟 일.. 하루정도 미루어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더라. 악으로 버티고, 나 아니면 이건 절대 안되고, 내가 빠지면 꼭 무슨 문제가 생기는 그런 일들도 나만 밤새고 미친듯이 일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더란 말이지.
다행히 정시퇴근 하는 중에 별다른 리스크도 없었고, 나름대로 피로감이 축적되지 않아서 저녁에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다니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뭐 물리적으로 한 3키로 정도 빠진건 애교겠지만, 이렇게 정상적인 리듬을 타면 굳이 고민 안해도 정상체형으로 언젠가는 돌아오겠지.

3. 불타는 연애질 대실패
이것도 뭐... 해마다 결심하는 것 중 하나지만 결심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니 그냥 맘 놔 버리고 지낸다.
올해는 특히나 눈에 들어오는 사람도 없었을 뿐더러 오토바이 도난에다 학교 공부에다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본의아니게 잊고 지내게 됐다.
여러가지 일들을 겪은 이후로 감정에 쉽게 좌우되지 않는 성격으로 많이 돌아서게 되어서 그냥저냥 혼자 노는 일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되고, 커피점이나 음식점에 뻔뻔스럽게도 혼자 들어가서 시간을 떼우거나 노는 것도 잘 해내고 있다. 최근에 약간 추태모드였는데, 남에게 부담되는 짓은 하지 말자는 신조에 따라 잠깐 접어두기로 했다.

4. 새로운 미디어 블로깅 답보상태
책과 음악, 영화에 관한 크로스 리뷰 타입의 블로깅을 하기 위해 도메인과 계정을 따 놨었다. 게다가 거창하게 새 블로그 엽니다~ 하고 글도 썼었다. 하지만 그쪽은 도메인만 열려있는 답보상태다.
무엇보다도 내가 요즘 영화를 보아도 "이거 괜찮음" "이건 쫌 재미없음" 이상의 거창한 감상평 따위를 쓸만큼 전력투구하고 있지도 않거니와, 그 이상의 감정도 생기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자꾸만 호러물과 공포물, 미스테리 쪽으로만 보고 읽는것이 좁혀지고 있어서 그다지 쓸만한 거리가 없다.
이쪽 작업은 아마도 해를 넘겨야 조금 정신차리고 덤벼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5. 기타는? 기타사항
내가 한 때는 기타 좀 쳤지.. ㅋㅋㅋㅋ (라고 하지만 다 옛날 얘기고 이제는 운지조차도 제대로 못한다)
삼십대 중반이라는 나이에 다시 기타 잡아서 누구랑 뭘 하겠어. 집에서 띵띵거리다가 중고로 팔아치우기나 하겠지 하는 생각이 사실 지배적이었다. 베이스는 조금 배우다 말아서 그걸로 해볼까 했지만 생각해보니 베이스기타라는 놈은 메인 기타가 없으면 음침하기 짝이 없지 않은가 말이다.
하아.. 그 음침한 놈을 집에서 또 혼자 딩딩거리면 그야말로 궁상 오브 궁상이 되지 싶어 올해는 아예 손도 대지 않았다. 게다가 옛날엔 교회오빠라는 든든한 지도자가 있었지만 요즘은 배울려면 음악학원이나 개인레슨이니 이거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독학하기에는 또 뭔가 궁상맞은 구석이 있어서 이쪽은 올해는 접어둘란다.
뭐 언젠가 어디서 기회가 닿아 직장인 밴드 같은데 가서 보컬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때쯤부터 다시 해봐도 괜찮을 성 싶지만, 어디서 보컬로 받아준데니?? ㅋㅋㅋ

6. 물은 여전히 무섭다.
수영을 올해 초에 잠깐 배웠다.
그러나 여전히 물에 뜨지 못한다.
나는 여전히 물이 무섭고, 숨이 막혀 죽을까봐 세수는 30초 이내로 끝낸다. 남들은 화장지우고 세안한다고 몇분씩 욕실에서 씻어대지만 나는 절대 네버 그럴 수 없다. 그래서 더 화장하는 것도 싫다. 자꾸만 씻어내야 하잖아.
내가 물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진 건 어렴풋이 기억하는 한에서는 어렸을 적 수영장에서 튜브가 뒤집혔던 기억 때문인 것 같지만 보통 그정도 기억은 다들 가지고 있을 텐데 나는 왜 이리 유난인지 모르겠다.
작년에 푸켓갔을 때도 난... 다이빙수트를 입은 채로 배끝에 앉아 울었단 말이지. 그래서 수영은 포기했다. 아마도 죽을 때까지 못배울 것 같다. 우리엄마의 고견대로 "수영할 줄 아는 남자 만나면 되지" 다.

7. 운전면허
그래. 안전교육에 시험도 봤다. 근데 막상 실기는 아직.
실기만 보면 끝나는 과정인데 무척 귀찮다. 떨어질까봐 겁나서 맨날 시험날 늦잠 자는 걸까?
내일 면허시험! 이라고 새기고 자는 날은 꼭 늦잠을 잔다. 그것도 아슬아슬하게 도착할지 모르는 시간대에...
원동기 면허로 신청해놨었는데, 그냥 2종오토로 바꾸어서 일반차량면허를 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엄마의 리얼 고견인 "면허는 뭐하러 따. 면허있고 차 있는 남자 만나면 되지"에 따르면 내가 굳이 팔십만원에 가까운 학원비를 내고 운전을 배울 필요가 없기는 하지만
엄마.... 안생겨효.
(불효자식이라 미안합니다)

8. 그 외 자질구레한 것들
아직 겨울시즌이 되진 않았지만 올 0910 시즌에는 초보딱지 떼고 알리정도는 쳐 보리라 생각중(스노우보드 얘기)이다. 쪼끔 살 더 빼면 몸 가벼워져서 될지도 모르겠다. 저번 겨울엔 모글에서 살짝 점프뛰다가 슬로프에 앉아 데이트하는 무개념 커플에 걸려 대형사고 날뻔한 뒤로 아예 노우즈 띄우지도 않는다.

내년까지는 아마 저축을 더 하긴 힘들겠지만, 이번에 승진도 했고,아마도 내년초엔 연봉이 오를 것이 예상되므로 동결됐던 올해보다는 저축을 늘릴 수 있지 않나 싶다. 이 달 말에 또 목돈 들어갈 일이 있고, 두달 뒤엔 동생놈 결혼식 덕분에 또 큰돈이 깨지기 때문에 올해는 저축은 손놔야겠다. (솔직히 이런 말 하기 전에 지르지나 말아야 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연초 계획은 사실 연초에 세우는 게 아니라 9~10월 쯤 세워서 실행가능성도 타진해 보고, 금전적 여유도 계산해 보고, 준비가 필요한 것들은 준비도 하고, 주변 정리도 해가며 세우는 게 옳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달에는 내년에 뭘 할 것인가를 준비하고 계획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물론 올 해 실패한 것들은 내년으로 이월한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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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4 04:12 2009/09/14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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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ndie
    2009/09/14 13:37
    나도 좀 결산하고 정리하고, 준비(!) 해야되는데 -_-
    이놈의 게으름이 문제로구나... 흑;;;;
    • 스티치
      2009/09/14 14:29
      ㅎㅎ 새벽에 가만 생각해 보니까 이게 연초에 계획 띡 세우면 맨날 실패여서.. 일찌감치 정리해보려고..
      아 이제 중반이잖아 아흑흑..;;
  2. 김용성
    2009/10/15 00:20
    학업.. 잘한일이다. 화이팅.
  3. thankee
    2010/01/11 23:04
    우연히 들르게 되었는데, 재밋네요!^^ 대박 웃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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