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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서 굴러 처먹던 개뼈다귀들이냐!" 라는 광고문구는 솔직히 솔깃했다. 연예인으로서의 김수미씨의 이미지는 강하면서 자유분방하고 심지가 있고, 배역을 가리지 않으며 변신할 줄 아는 그런 모습이었기에 더욱 구미가 당겼다.

제목만 보고 생각해 본 것은 삶이 힘들고 무기력해지려는 젊은이들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어 줄만한 자전적 에세이라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본 결과, 그런 내용의 장은 몇 가지가 있었으나 조금 제목이 과한 면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김수미씨의 이미지는 일용엄니의 괄괄한 할머니, 그리고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대가 세지만 형편없이 제멋대로인 큰엄마였다. 어쨌거나 이제 갓 서른 중반에 진입한 내게 김수미씨는 젊고 싱싱한 연예인으로서의 모습은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으니 어머니도 아닌 큰엄마나 할머니 일 수 밖에...

또 다른 김수미씨의 기억나는 모습은 정치적 색깔은 덮어놓고 지인을 위한 정치활동을 하는, 좋게 말하자면 의리있는, 또는 나쁘게 말하자면 인맥정치의 모습이었다. 이 얘기는 길게 가자면 한없이 지루하고 정치색을 띄게 되니 일단 접어두자.
그리고 또 하나는 지극히 희화화된 간장게장의 이미지다. 야심찬 식품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형편없는 품질로 대박 웃음거리가 되었던 김수미 간장게장. 사먹어 본 적은 없지만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는 이상한 중소기업 제품을 먹어본 나로서는 이런 사업실패에 대한 김수미씨의 감상은 어땠는지 자못 궁금해지기도 했다.




1. 목차 이야기
꽃지랄 내인생 - 종횡무진했던 유년의 이야기
힘들면 연락해 - 주변 연예인들 이야기
친구는 나의 힘 - 우정과 지인들 이야기
달콤 쌉싸름한 잔소리 - 젊은 이들에게 하고픈 말
이렇게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부러 그런것인지, 의도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책 홍보 문구만큼이나 이야기가 종횡무진이다. "내" 이야기를 했다가, 갑자기 주변 연예인 이야기로 옮아갔다가 다시 "내" 얘기로 돌아오고, 그런가 싶다가 또다시 "너희들에게" 전할 메시지로 바뀐다.
어떻게 보면 쉽게 생각의 흐름대로 그냥 써내려갔다고 볼 수 있겠지만, 편집자에게 이야기 정리 좀 해서 출판하지.. 라는 작은 원망도 들었다.
거듭 언급되고 있는 "배움이 짧지만 책을 너무 쓰고 싶었다"는 김수미씨라면 충분히 이런 이야기 흐름으로라도 원하는 바를 전달하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자전적 에세이니 꼭 남는 것이 있어야 하고, 전하고자 하는 강렬한 메시지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쭈욱 읽고 난 소감은 조금 정신없음으로 해석된다.

2. 의리의 유년시절
유년 시절 이야기는 재미있다.
소녀시절 누구나 겪었음직한 감상적인 이야기보다는 의리와 강직함, 그리고 무구한 호기심과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풀어놓았다.
의도적으로 그런 유년의 장면만 추려냈음직하다. 추상적으로 그렸던 김수미씨의 이미지가 유년으로부터 이어지면서 확고해 지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대중적인 공감을 얻어내기에는 조금 부족함이 있는 신병 이야기와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는 동네 어머님들 모임에서도 얼마든지 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물론 김수미씨 개인에게는 무척 큰 인생의 고개이며, 그로 인해 얻은 것도 잃은 것도 많았을테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신병같은건 잘 믿지도 않고, 기독교는 웬만하면 가까이하고 싶지 않고, 강아지를 싫어해서일 수도 있겠다.

3. 힘들면 연락하라는 얘기는 주변 지인들 얘기였다.
음... 여기서 김이 많이 빠졌다.
물론 오랜기간동안 연예계 생활을 한 작가로서는 한번쯤 얘기하고 넘어갔음직한 것이긴 하지만 제목에서 느꼈던 기대감이 살짝 배신감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수미 이모 나도 지금 디게 힘든데 연락해도 되요? 라고 목구멍까지 말이 올라오다가 아차! 난 연예인도 아닌 일반인이지.. 하는 배신감 말이다.
그래도 이야기는 재미있다. 김수미씨 인생에서 길잡이가 되어주고 보탬이 되어주고 친구이자 멘토가 되어준 사람들 이야기인데다 연예인의 사생활이다보니 더욱 흥미롭다.
그러나 대부분 우리가 평소에 보아왔던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고 특히 유인촌 장관의 대목에 이르러서는 이 책 출간년도가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대중적인 평가가 최악으로 치닫는 유인촌 장관에 대한 내용은 빼야 한다는 편집자의 권유가 없지는 않았을까? 하는 의심도 든다)
앞에서 구구절절이 얘기한 의리로 치자면 유인촌 장관의 이야기를 부득불 실어야 한다고 주장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것 같다.

4. 친구는 나의 힘과 달콤쌉싸름한 잔소리
사실 지인들 얘기를 제외하고 보면 나름대로 감상을 적을만한 에세이다. 김수미씨는 이 책 이전에도 몇권의 책을 냈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먼저 그것들을 좀 읽어봤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신병과 기독교에 관한 책은 빼고 말이다.
친구에 대한 이야기도 사실 앞부분의 의리와 즉흥성이 지속되는 면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김수미씨의 삶은 무척이나 부러운 삶이다. 부르면 득달같이 달려오는 친구나 후배들.
시간과 장소를 막론하고 땡기면 달려갈 수 있는 삶의 목적성과 여유.
그리고 무한한 이해심으로 그런 즉흥적이고 대범한 인생을 이해해 줄 수 있는 반려자.
나보다 나이는 곱절이나 많지만 읽다보니 질투심이 든다. 에휴... 내 팔자는 이렇게 안되나? ㅋ

달콤쌉싸름한 잔소리 대목을 읽으면서 그런 질투심은 어느정도 사라지긴 했지만 새로운 인생의 면면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우리엄마가 내게 하는 잔소리 내지는 충고와 별반 다른 것이 없어서 약간 아쉽기는 했다.
그래도 역시 예전 사람인가? 싶다. 김수미씨는 꼭 충고해 주고 싶은 이야기를 쓴 것이겠지만 역시나 좀 닳은 잔소리가 아니었나.. 하는 것 말이다.
김수미씨 자신도 알고 있는 것 같다. 다 아는 얘기겠지만 행동하는게 어려울 거라는 느낌의 은근한 이야기들도 있다.

이 책에 흥미를 가질만한 사람
40대 이상 주부들은 무척이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충고는 젊은이들에게 하고 있지만 암만 그래도 김수미씨의 연기를 쭈욱 보아왔고,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중년 이후의 그의 여유로우면서도 대찬 인생 역정은 가정생활에 지리멸렬함을 느끼고 있을 주부들에게 새로운 간접경험일 수 있겠다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면 좀 짜증을 느낄만한 사람
기독교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과도한 애견사랑에 눈쌀을 찌푸리고, 자신만의 강한 자아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좀 어울리지 않는 책이다.
군데군데 김수미씨는 자신의 생활방식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과 지인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정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자아가 강한 사람들은 부담스러운 별스런 또다른 자아에 대해 받아들이기가 약간 거북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아쉬웠던 것들
역시 신병에 관한 이야기가 좀 많이 보여져서 아쉬웠다. 흔히 겪는 일은 아니다보니 보통은 그런 이야기를 가쉽거리 이상으로 취급하지 않는데다 내용 중에 신병과 연결된 에피소드가 많아서 자꾸 걸리적거리기 때문이다.
또 하나,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유인촌 장관 이야기. 정말 에러다. 불쑥 그 장은 건너뛰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유인촌 장관에 무한애정과 신뢰를 보내고 있는 김수미씨께는 미안한 얘기지만 말이다.
잔소리의 두서없음도 아쉬운 점 중 하나다. 전체 이야기를 엮고 있는 의리와 우정, 그리고 관계에 있어서의 대쪽같음과 즉흥적 발상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을 가지고 잔소리를 하나의 주제로 엮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잔소리는 성격개조에서 시작해 성공론으로 이어지면서 연예인 지망생을에게 하는 이야기로 바뀌었다가 다시 결혼관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마지막은 자살에 대한 이야기까지.
잔소리도 이소리 저소리 하면 듣기 싫은 법이다. 이 책의 잔소리는 에피소드도 있고, 간간히 프란체스카에서 보여주었던 막말도 섞어가며 씌어져 있어서 재미있긴 하지만 그렇게 딱 마음에 들어와 자리잡지 못했다.
잠깐 사업이야기를 하면서 나왔던 간장게장 대목도 좀 아쉬웠다. 김수미씨라면 웃어넘기며 상품에 대한 관심보다 UCC나 패러디가 더 많았다는 부분에서 웃음지을 수도 있었을텐데, 실패의 원인이 대부분 동업을 하던 다른 사람들의 탓이 되어버렸다. 어리숙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은 했지만 시종일관 힘들었다, 사람이 나빴다였다. 알 수 없는 예지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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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를 마치며...
책을 평가한다는 것은 솔직히 말하면 작가에 대한 모욕에 가깝다고 평소 생각하는 편이다. 대체로 리뷰나 평가라는 것은 단점을 끄집어낼 수 밖에 없고, 더구나 짧게 쓰면 "우왕굳" 정도로 좋은 평가로 끝낼 수 있긴 하지만 길게 쓰다보면 점점 단점이 튀어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책도 그렇다.
좋다 나쁘다로 평가하기에는 책 자체가 김수미씨의 인생 이야기이고, 내가 좋다 나쁘다로 평가하게 되는 이면에는 김수미씨에 대한 평가가 분명히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야기하자면 나는 김수미씨를 나쁘게 보진 않는다. 다만 그 강인함이 외적으로 비춰졌을 때 오해를 사기 쉬운 것들이기도 하고, 때로는 정말로 그의 지인들에 대한 애착이 정도를 벗어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좋다, 나쁘다로 양분하기보다는 사람의 인생을 읽는다는 느낌으로 다가섰으면 한다. 솔직히 문체가 어설픈 부분도 있고, 왔다갔다 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그런 부분까지도 김수미씨 그 자체라고 생각하고 읽다보니 실제로 수미이모가 내 옆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책은 수미 이모의 아주 길고도 재미있는 수다이다.
수미 이모 나도 힘들면 연락해도 되요? 화전 한 찬합 싸들고 꽃잎 날리는 봄날에 길게 아주 길게 수다나 떨어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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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4 23:35 2009/07/14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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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한
    2009/08/07 12:19
    평소 연예인들이 쓴 책에 대해서는,
    문방구 불량식품 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만

    스티치님의 리뷰를 보고 나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군요..

    하지만,
    전 '큰 뿔 장수풍뎅이와 큰 턱 사슴벌레' 부터 사서 읽고 싶은... 덜덜덜
    • 스티치
      2009/08/11 10:36
      후훗..;; 뭐 그런 면에서는 저도 명탐정 코난 DVD박스에 덜덜덜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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