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꼭 6년차다.
2개월되어 버려진 녀석을 어렵사리 구조한 맘좋은 분 덕분에 내게도 고양이를 기를 수 있는 찬스가 찾아왔던 것이다.
흔히 말하듯이 고양이는 자기 주변을 깨끗하게 할 줄 아는 녀석이고, 혼자 두어도 알아서 잘 놀고, 낮에는 혼자서 알아서 잘 자고, 밤에는 퇴근한 나와 놀아주기도 좋고, 게다가 이틀정도 집을 비워도 알아서 적당량의 사료를 먹을줄 아는 그런 존재였다.
순전히 호기심 반, 동정심 반인 마음으로 이녀석을 들이게 되었고, 녀석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혼자서 오래 살아왔던 나의 무료함을 달래줄 수도 있겠다 하는 알량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엉아.
이름도 유치하게 지어줬다.
길고양이 출신이라 살아봐야 얼마나 살랴 하는 마음에 반쯤 장난으로 지어버린 이름을 6년간이나 부르게 될 줄은 정말이지 몰랐다. 그간, 두어번 집에 들리러 오신 엄마에게서도 내다버리라는 얘길 들었고, 몇번의 이불에 오줌싸기 사건이나 새로산 100% 울 니트를 뜯어먹어 버린 사건도 있었지만 그래도 녀석은 내 위선적인 마음을 그래도 한집에 사는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바꾸게 했다.
요즘은 어떠냐면
아침에 출근할 때 쭈르르 쫒아나오면 다시 들여놓고 출근할만한 시간이 없기 때문에 그냥 놔두는데... 알아서 창문 열고 집으로 들어간다. 아침엔 따라나와 혼자 마실을 가나 싶더니 퇴근하고 집에 와보면 또 창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휘적휘적 집안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꼭 한식구같다.
왜 이리 늦게 오냐며, 요즘은 왜 안놀아주냐며 앙탈을 부리기도 하지만 그래서 나는 더욱 미안하다.
(최근엔 아침에 출근하고 새벽에 들어와서 바로 잠들어 버리기 때문에 거의 녀석과 놀아주지 못했다)

이주전쯤인가부터
녀석이 고양이 전용 모래화장실을 거부하고 화장실 빈 대야에 볼일을 보고 있다.
그것도 작은 볼일은 살짝 열린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빈 대야에 보고 나오고, 큰 볼일은 고양이 전용 모래화장실을 이용한 다음 곱게 모래로 덮어 놓으니 그거야 말로 아이들이 기저귀를 떼는 과정을 보는 것만큼이나 신기한 일에 다름아니었다.
고양이 모래화장실을 치우는 것은 간단한 일이지만 냄새나 귀찮음으로 치자면 집안일 중에 2~3위를 다투는 일인데, 집에 와서 치우려고 모래화장실 뚜껑을 들추어 보면 전처럼 뭉쳐진 소변덩이가 거의 없어서 얼마나 치우기에 편했는지 모른다.
퇴근하고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간 김에 녀석이 작은 볼일을 본 대야를 물로 씻어내려주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이녀석이 사람되려나.... 하는 우스운 생각을 한 것도 불과 며칠전이다.
화장실을 이용한 이유가 있었구나.
오늘 집에 들어와보니 어쩐지 느낌이 이상하다. 녀석이 바로 내 옆으로 오지 않고 슬금슬금 피한다.
그건 녀석이 이불에 오줌을 쌌을때나 하는 행동인데, 의심스러웠던 나는 당장에 침대로 달려가 보았다.
어라! 이불은 멀쩡했다.
그래서 씻으러 화장실로 갔더니...
이녀석이 최근에 볼일을 보던 빈 대야에 혈뇨가 차 있었다.
고양이들에게 잘 발생한다는 신장관련 질환인듯 싶었다.
게다가 볼일 보기가 쉽지 않은지 바닥에 질금질금 한방울씩 피섞인 소변을 흘리고 다니고 있었다.
아파서 건조하고 거친 모래화장실을 피했던 거구나...
이불이며 빨랫감이며 여기저기 흘리고 다녀놔서 새벽시간에 급히 빨래를 해야 하는 수고로움은 둘째치고, 녀석을 병원에 데리고 갈 걱정이 태산이다.
새벽에 퇴근하고 주말에도 일하고... 언제 데리고 가냐고 ㅠㅠ
그나저나 녀석 얼마나 아팠을까 싶은게 마음이 짠하다가도 갑자기 이불위에 엉거주춤하게 포즈를 잡기 시작하면 바람처럼 달려가 엉덩이를 패줄 수 밖에 없다는 게 참 난감한 일이다.
보통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는 평균수명이 15년이라고 한다.
거리에서 고생하며 사는 길고양이들은 길어야 5~6년 산다고 한다. 그것도 사고사가 아닌 자연사가 말이다.
엉이 녀석은 그래도 길고양이 태생이지만 중성화 수술도 건장하게 이겨냈고, 지금까지 아픈일 한번 없이 잘 지내왔다는 게 새삼 고맙고 신기하게 느껴질 줄이야.
엉이를 기르기 전 함께 일년도 못지내고 세상을 떠야 했던 다른 고양이 생각이 났다. (그쪽 이름도 더 유치하게도 아저씨였다) 그녀석도 신장문제로 급성 발작을 일으키더니 하루만에 죽고 말았는데, 병원엔 그때가서 진찰을 받아봐야 소용도 없더라. 진통제와 수액투여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엉이는 그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며, 부디 큰 병이 아니기를 빌어본다.
토요일엔 무슨일이 있어도 시간을 빼서 집앞 동물병원에 가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