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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IT 산업인력 등급 기준에 대한 조정 때문에 일대 파란이 불었습니다.
개발자들은 자격증이 있어야 등급 인정이 된다지요. 아마도 지금 회사에 있는 많은 중, 고급 기술자들이 초급으로 내려앉아야 할 판입니다.

기획자나 디자이너는 또 어떻구요. 예전에 일했던 회사를 찾아 경력인증을 위해 서류와 사인을 받아야 한답니다.
이 바닥을 아는 분은 이미 다 아시다시피 그간 생겼다가 망해간 회사가 어디 한둘입니까. 저만 해도 9년이나 이 바닥에서 일을 했지만 지나왔던 회사 중 멀쩡하게 남아있는 회사는 3군데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럼 그 이전의 5년간의 경력은 그냥 말소되는 거라네요.

올해로 9년차가 되어 대학교를 중간에 그만두었던 저로서는 이제 겨우 명확히 중급기술자라고 지칭할 수 있는 단계랍니다. (노동부 IT인력 등급표를 보면 중급이란 전문대졸이상의 9년경력자를 지칭합니다. 물론 학사학위가 있으면 이 기간은 훨씬 짧습니다)
겨우 중급되었는데 다시 초급으로 돌아가야 한다니.. 앞이 막막하더군요.

목구멍에 풀칠도 하다가 풀이 줄면 죽을맛일겝니다.
궁여지책으로 PMP(프로젝트 전문관리사) 자격증을 따볼 생각도 했지만, 이 시험은 응시자격 자체가 학사학위 소지자이면서 3년 이상의 PM경력이 있어야 한답니다.
학위가 없으면 컴퓨터로 하는 직업은 이제 더이상 해먹을 수 없는 셈이지요.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인력등급 구조가 앞으로 불러올 외주 단가체계의 혼란입니다.
변경된 (자격증과 학위 우선의) 등급체계가 공식화된다면 엄청난 인력이 초급으로 내려앉고, 그들이 중,고급으로 회복되기도 전에 시장 자체의 IT 제작단가는 폭락하게 됩니다.

역시 업계분들만 아시겠지만, 이 업계의 제작단가라는것이 여러 제반비용은 거의 무시되고 맨먼스(man/month)라고 하는 인건비체계로 계산되고 있습니다. 이 인건비 체계는 중, 고급인력의 단가가 높기 때문에 대부분 사업에서 타산이 나는 부분이 중, 고급 인력의 투입과 함께 그들의 작업으로 인해 일정을 얼마나 맞출 수 있느냐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앞으로 초급으로 전락한 중, 고급 인력들은 단가 하락에 따른 쓴맛을 피부로 느끼게 될 날이 곧 올지도 모릅니다. 인건비 수익이 줄어드는데 급여가 그대로일리 만무하니까요. (아직은 공공사업에서만 인력등급을 적용한다고 하니 너무 비극적인 상황을 산정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서 고민끝에 중단했던 학업을 다시 마무리짓기로 했습니다.
그럭저럭 이름대면 알아주는 학교를 다녔었지만 지금 그 턱없이 높은 등록금을 감당하기도, 회사를 관두고 학업에 전념하기도 여의치 않아서 사이버대학교에 편입학을 지원했지요.

근 10년간이나 학교라는 것과는 담을 쌓았다가 다시 하려니 기분도 새롭고, 입시경쟁이 치열한 학교도 아니지만 그래도 원서를 넣어놓고 합격됐을까 아닐까 마음졸이기도 했었습니다.

지난 금요일 편입학 추가모집 합격 발표가 났고, 저는 09학번 편입학생이 되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이렇게들 평가합니다.

1. 그래도 다녔던 학교 이름값 아깝지 않나. 그냥 돈 좀 모아서 그학교 다시 가지.
2. 사이버대학교 숙제 되게 많다던데. 회사 다니면서 어려울껄
3. 회사 잘 다니면서 학교는 무슨 학교... 일도 안되고 공부도 망칠껄

솔직히 얘기하자면, 우리 엄마를 제외하고는 축하한다 앞으로 열심해 해봐라 라는 소릴 한 사람이 거의 없더군요. 때를 놓친 공부라는 게 이래서 힘든가 봅니다. 마치 제가 어느날 갑자기 "나 오늘부터 다이어트 돌입!" 이라고 선언했을때와 비슷한 반응이었습니다. 물론 원서를 쓸 때 위와 같은 생각을 저도 몇번은 했습니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한점 남았던 졸업을 못한 것에 대한 작은 후회를 쓸어내리고자 하는 마음도 강해서, 어떻게든 앞으로 2년간이나마 남은 공부를 해볼까 합니다.

최근 사회가 개인성과와 학벌위주의 사회로 재편성되는 듯한 느낌이 많이 듭니다. 무얼 해도 많이 못 배운 본인 책임, 고등학교때 공부 안해서 2년제 간 책임, 취업경쟁 열심히 안해서 작은 기업 간 책임이 되어버렸지요. 사회의 평등과 직업의 귀천이 없다고 배웠던 시절이 다 지나갔나봅니다. 곧 불어닥칠 IT업계의 등급조정 바람도 개인이 경력 제대로 안챙긴 책임, 금방 망할 부실한 회사 다녔던 책임이 되겠지요.
사회 시스템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이슈에 대해 사람들은 이제 개인책임으로만 돌리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를 바꾸기 위해 한 힘을 쓰지는 못할 망정, 그 사회에 편입되기 위해 10년 일한 지금은 딱히 쓸 곳도 없는 학교를 다시 다니려고 하는 자신에 대해서 약간 배신감도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러한 배신감보다 남은 학업을 마쳐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중퇴생"이라는 딱지에 대한 후회도 없애고, 앞으로 변화될 웹시장에서 조금이나마 더 도움이 될만한 이론을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2년을 달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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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3 11:31 2009/02/2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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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인
    2009/02/23 15:04
    안타깝습니다.
    저도 님같은 처지인데.. 막상 준비하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는군요
    그래도 학업을 준비하신다니 축하드립니다.
    • 스티치
      2009/02/23 17:17
      감사합니다.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서야 시작한게 약간 늦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노력해볼 작정입니다. 일인님도 꼭 학업은 아니더라도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하실거라고 믿습니다. ^^
  2. 그린애플
    2009/02/24 13:05
    남일이 아니구나..
    언니 힘내!! 화이팅!!
  3. 비밀방문자
    2009/04/08 10:34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4. 판타스트
    2009/06/14 22:25
    저도 나이만 먹고...우연히 제나이 검색해서 들어와.....이글을 보았습니다....ㅡ.,ㅡ;;;공감120% 뼈져리게 느낍니다..
    전...한디대 사이버대학교를 제작년에 졸업했습니다....it쪽일하다가....회의감으로 3월엔..회사사업도 망해서..지금 직훈을 다니네여.ㅜㅜ;;;쩝... C#공부로....머리를 굴리는데...서로 화이팅합시다...회사 사업흐름상 회사다니면서..자격증 몇개를 필기합격해놓고...다행이 몇개..실기자격증 준비를 합니다.. it쪽일하셨다면..못해도 배경지식은..있으셔서...자격증 크게 힘들지 않게 따실거에여...어느 사이버대학을 다니시니는지 모르지만..힘내시고요...홧팅하세요..^^;;
  5. atrijet
    2009/09/16 23:25
    저도 한때 SI업계에서 밥벌어먹고 살았던지라..
    남얘기같지 않군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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