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서른이 될때까지 이빨같은 건 신경도 안썼고, 충치 떼우는데 얼마가 들던, 스케일링이 얼마가 들던 아무 상관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욱씬거리는 잇몸이 결국 곪아터지는 바람에 생전처음 스케일링이란걸 받아본 결과 그럭저럭 느낌이 나쁘지 않은데다 치과질환을 예방할 수도 있다고 하니 어림잡아 1년에 한번 정도는 치과를 꾸준히 드나들었더랬다.
2004년인가 2005년인가 스케일링하다가 6개인가의 충치가 발견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과 함께 하나 떼우는 데 16만원이라는 더더욱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고선 없는 살림에 충치가 대수냐며 주로 씹는데 사용하는 왼쪽 아래 어금니만 거금 32만원을 주고 "레진 인레이"인가 뭔가 하는 조낸 비싼놈으로 이를 치장해 주었다.
그때만 해도 이 떼우는데는 그저 은색빛나는걸로 한 다음 십년쯤 지나면 저절로 떨어지는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거금을 들인 덕에 인터넷도 찾아보고 그 많은 이떼우기 재료들을 싸그리 섭렵해 버린 것이다.
한 일년쯤 뒤에 나머지 충치들이 석연치 않아 다시 저렴한 치과를 찾아 분당으로 고고싱...
분당 병원에서 친절한 간호사에게 이틀에 나눈 스케일링과 충치 두개를 치료받고 개당 7만원에 다시 이를 때웠다.
그 전 해에 갔던 병원에선 "레진"과 "레진 인레이"는 다르다며 그렇게 강조를 하고 두배 가까운 금액을 받아갔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 차이는 글쎄....
그리고 다시 한해가 지나고 회사에서 무료로 스케일링 할 기회가 찾아와 지난 주 치과에 들렀는데...
오른쪽 아래에 떼운 자리가 조금 시큰거리는 것 같아 좀 봐주세요~ 했더니 아래쪽은 작은 충치가 새로 생겨서 쉽게 치료가 되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윗니까 꽤 많이 상해 있던 거다. 씹는데는 잘 쓰지도 않는 오른쪽 윗니가 말이다. (하긴 고기먹을때 제일 많이 찌꺼기가 끼는 데가 거기이긴 했지만...)
그냥 예전처럼 떼우면 되겠지 싶기도 했고, 비용도 꽤 저렴하게 부르는 탓에 (역시 이제 이 떼우기 가격은 빠삭하다니까) 덜컥 다 떼워주세요! 라고 큰소리를 빵 쳐버린 20분 후....
갑자기 의사가 이거이거 안돼겠네.. 한다.
그러더니만 피가 흥건한 거즈 위에 검게 조각조각난 이 부스러기들을 보여주면서 설명하기를...
"좀 썩은것 같아서 파냈더니만 자꾸자꾸 속으로 들어가네요... ㅎㅎㅎ"
후덜덜...
혀로 이를 대충 훑어보니 구멍이 뻥 뚫려있다. ㅠㅠ
"그.. 그러면 얼마나 더 파야 되는거예요?"
"그게.. 좀 더 파야 되겠지만 아마 상당히 더..."
그러고 다시 십여분을 더 파내고 뭔가 마취를 몇방 더 놓더니 계속계속 판다 ㅠㅠ
기계로 파다가 수동으로 긁어내다가 다시 뭔가를 끼워넣었더가 뺐다가 구멍을 훑었다가....
끼익끼이익~ 드르륵드르륵~ 깍..깍... 콩콩.. 꾸욱~ 위이이잉~
40분을 그렇게 파고 뚫고 밀어넣었다가 들쑤시더니... 신경까지 건드릴 정도로 많이 썩었다며...
신경치료 비용이 36만원이란다. ㅠㅠ
에에... 그러면 다른거 치료하기로 한거 취소하고 이거 비용만 낼께요... 라고 하기엔 자존심도 상하고 의사 보기도 민망하고... (이를 이렇게 썩을때까지 방치한건 순전히 내 잘못이니까)
결국 오늘 이치료만 60만원을 정산하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카드를 받아들었다.
신경치료 다 하려면 한 5번은 더 가야 한다는데... 갈때마다 이렇게 오래 하냐며 물어보기도 하고
40분에 이르는 파내기와 치료시간동안 얼마나 불안한지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덜덜 떠는 바람에 간호사 2명 투입 ...;; (아 부끄러.. 어린애도 아니고) 게다가 이 뿌리가 다른사람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자라나서 더 어려웠댄다. ㅠㅠ
뭐 덕분에 오른쪽 윗어금니는 만신창이가 되어 임시막음질만 되어 있는 상태.
밥도 불안해서 못먹고 겨우 선식으로 끼니를 때웠는데 아픈건 둘째치고 그 위험천만한 소리가 나는 치과를 다시 5번이나 더 가야 한다는 게 너무 무서워..
역시 충치는 발견되면 바로바로 치료해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교훈을 얻고야 말았다.
* 비용이 꽤 많이 들었는데 요즘 대출갚고 뭐하느라 돈이 없어서 엄마한테 전화해서 좀만 보태달라 했더니 오만 푸념 다 들어버렸다. 아빠까지 전화해서는 자식 덕 못보고 산다며 얼마나 뭐라 하시는지... 그냥 전화하지 말껄 그랬다.
** 충치 떼우는 재료 중에 레진 정도는 이제 보험 해줘도 되지 않나?
*** 좀 알아보니까 신경치료는 보험되서 얼마 안한단다. 그 비싼 비용은 신경치료 끝난 뒤에 어금니 위에 씌우는 크라운이라는 것 때문에 그렇다네... (역시 치과는 기본 보험만으로 치료가 끝나는 종목이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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