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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가 벌써 두달이 되어 갑니다.
그동안 매일 퇴근하고 참여한다는 분들도 봤고, 새벽에 살수차 맞아가며 달리시는 분들도 봤습니다.
저야 야근하는 날은 집회 하루 쉬고, 5월 중순께에는 지독한 감기에 목이 쉬어서 목소리가 안나오는 덕에 이주간 불참하기도 하고, 뭐 이래저래 핑계이긴 했지만 열댓번 정도 참가한 듯 싶습니다.

2주전에 고향에 계시는 어머니께서 친척 결혼식 덕분에 서울에 올라오셨습니다.
옛친구분들이 서울에 사신다고 약속을 잡으셨다고 하더군요.
그것도 토요일 청계천에서요....

촛불집회 하니까 다른데로 바꾸는게 어떠냐고 했더니 뭐 그래봤자 몇명이나 되겠냐며 애써 무시하시더니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셔서는 은근슬쩍 짜증을 내비치십니다.
뭐하려고 그렇게들 길바닥에 나와서 그러는지 모르겠다. 차 막혀서 죽는줄 알았다. 청계천 구경좀 할려고 했더니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시면서 말이죠.

이런 말씀 하는 저희 어머니... 저는 솔직히 말하면 좀 화가 났습니다.
"정육점 하면서 그런말 하면 안되잖아요 엄마!"

네... 저희 부모님 정육점 하십니다. 아버지랑은 잠깐 얘길 나눠본 바로는 어렴풋이 잘못돌아가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시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접하는 정보가 TV뿐이다 보니 암만 그래도 대통령이 국민 죽이는 짓 하겠나... 하십니다.

저희 어머니는 드라마정도만 시청하시는 전형적인 개발세대의 가정주부이기 때문에 전혀 모르십니다.
밤에 엄마랑 같이 누워서 이래저래 설명을 해 드렸습니다.

청계천 그거 보기엔 그럴듯 해 보여도 그게 다 수돗물 매일 흘려보내는 낭비형 시멘트 공사다. 미국쇠고기 들어오면 엄마아빠처럼 소규모 자영업하는 정육업자들 다 문 닫아야 된다. 한우만 판다고 해도 중간 도매상이 속여서 미국산을 한우라고 하면 그거 감별 해 낼 방법도 없다. 광우병이 뭔지 알고는 있느냐...

평소같았으면 회사얘기, 동생얘기, 친척들 얘기로 지냈을 시간을 줄줄이 미국산 쇠고기와 촛불집회 이야기로 보냈습니다.

어머니도 이해는 하시더군요. 사실 접하는 매체에서 알려주지 않아서 그렇지 어머니가 그렇게 골수 한빠라거나 이해력이 떨어지는 분은 아니시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그래.. 미국 쇠고기 그거 문제인거는 다 알겠는데... "너는 데모하지 마라"
어차피 몇만명 나와서 한다며.. 그러면 그건 그사람들 하게 놔두고 너만은 데모하지 말아라...
그러다 일 나면 어쩔려고 그러나....

꼭 13년전 처음 부모님을 떠나 서울로 대학에 입학했을 때 엄마가 하시던 말씀을 그대로 되돌려 듣는 듯 했습니다.
데모도 아니고 평화적으로 하는거니까 걱정마시라고... 다치는 일 절대 없다고 얘길 해봐도 결국 엄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일부 과격단체와 전경에게 맞아서 피흘리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던 겁니다.

뭐.. 그런 얘기 들었다고 "넵" 하고 안나갈 생각도 아니지만 쇠고기 문제가 생계와 직결되는 우리 부모님 같은 사람들도 촛불집회의 정당성과 필요성에 대해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대구에서도 하고 있으니 꼭 한번 나가보시라고 말씀은 드렸지만...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장사하시느라 신문도 잘 안보시고 종일 틀어놓는 TV에서나 간간히 정보를 접하는 그 분들에게 그나마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TV라도 제 기능을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세대는 변화하고 있고, 역시 우리의 시위의 모습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변화는 필연적으로 허물을 벗는 아픔을 동반합니다. 어머니 세대와 제가 겪어야 하는 이러한 이념 차이의 문제도 그런 관점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흔히 택시기사분들과 촛불정국에 대한 얘기를 했다며 올라오는 글을 많이 봅니다. 상당수 생업에 종사하시는 40대 후반 이후의 나이대 분들은 저희 부모님과 비슷한 생각으로 사시는 분들입니다.
당장 대통령이 목을 졸라도 대통령이니까 알아서 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변화의 진통은 이분들에게 얼마나 새로운 생각을 전파하느냐 하는 데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무조건 보수다, 개념없다, 노친네들, 집값 올려준다고 멍청하게 명박이 찍어서 된통 당해야 하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도 옳지만은 않습니다.

부모님은 시력도 나쁘시고 컴퓨터로는 오로지 한게임만 할 줄 아는 분들이지만 다음번에 고향에 들르면 아고라 토론방도 한번 보여드리고, 한겨레나 경향도 제돈으로 한부 구독하실 수 있게 해 드릴 셈입니다. 언젠가는 부모님과 같이 촛불을 들고 김밥 싸서 모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다시는 촛불을 들 일이 없었으면 가장 좋겠지만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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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3 10:21 2008/06/2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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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ndie
    2008/06/26 10:34
    울 부모님은 그래도 좀 당하신게 있어서 많이 비판적이시긴 한데,
    그래도 이런 저런 약간 호도당하고 계신 부분은 여전해...
    박정희가 그래도 잘 했다는 식의 평가라든가, 등등...
    그런 분들께 실상을 알려드리고 조금 달리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드리는 것도 우리의 할 일일 거 같긴 하다...

    허기사 나도 울 시부모님은 어케 못하겠더라고...
    수십년을 조선만 보고 계신 분들이고, 나름 엘리트 교육 받으신 분들이라... 실제 경제 상태는 그렇지 않은데... 마음은 저기 상류층, 보수 정치인들과 궤를 같이 하고 계시므로... -_-;;;
    참 좋은 분들이신데... 그 부분만큼은 그냥 그들의 논리 그대로 받아들이고 믿고 계시더라고.
    에휴..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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