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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후가 개봉했을 때 사람들은 약간의 당혹감과 함께 좀비물에 있어서 새로운 감각을 경험해야 했다. 인과관계에 대한 지대한 설명부족이 그 이유였는데,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극찬과 함께 엄청난 비난도 퍼부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중 샤말란 감독의 "헤프닝"이 있다.
샤말란 감독에 대한 대중적인 평가는 "식스센스" 이후로 계속된 추락 이라는 한마디 말로 대변되곤 하는데 내가 보기엔 그런 표현보다는 대중성에서 멀어지면서 오히려 자기 스타일을 굳히기에 들어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감독 이야기는 스톱.

헤프닝에 대한 혹평 중 대다수를 차지한 것이 바로 "원인도 없고 결과도 없고 뭐 이래?" 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멀베리 스트리트"가 그랬고 어느날 갑자기 자고 일어났더니 옆집사람들이 물어뜯더라 하는 "새벽의 저주"가 그러했다. "클로버필드"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국내 영화중에는 얼마전 호평과 혹평이 반반쯤 갈렸던 "GP 506" 정도가 비슷한 사례라 볼 수 있다.

어째 나열하고 나니 대부분 공포물의 영원한 메타포인 좀비영화들이다.

사건의 큰 줄기 즉 "좀비 또는 광포한 성격을 띈 사람이 발생하는" 배경에 대한 설명이 없고, 결과적으로 그러한 현상에 대한 해결책도 나오지 않고 오로지 쫒고 쫒기다 영화가 마감되는 동안에 짧고 다양한 등장인물간의 에피소드와 누가누가 더 잔인한가 대결이라도 하듯 지속적으로 펼쳐지는 놀랄만한 죽음에 대한 연출만이 전부인 이런 영화들.
개인적인 취향에 있어서야 쓸데없이 동물 몇마리, 또는 실험실 사고 등을 빙자해 사건이 발생한 원인을 보여주느라 20여분을 할애하고, 그 안에서 연애질하는 커플을 또 한 10여분 보여준 다음 그 커풀이 사건을 겪고 고생하는 장면을 보여주다가 결국 누군가의 도움, 또는 우연한 계기로 해결책을 마련하여, 영화의 마지막 20여분동안 사건을 해결하는 데 보내는 이러한 소모적인 영화를 무척 싫어하기 때문에 오히려 만족스럽지만.
이런 영화의 상당수가 감각적인 살육신을 연출 해 내는 데 많은 제작에너지를 투입하고 있고, 그것은 더불어 좀비물 매니아로서는 상당히 반길만한 일이다 (어차피 좀비가 생기는 원인과 그 해결방법 따위는 이제 더이상 관심이 생길만한 주제도 아니거니와 그간 수백편의 좀비영화들에게 끊임없이 나오지 않았는가)

사실 이러한 현상에 집착(?)한 영화는 최근에 트랜드가 되듯이 급물살을 타고 등장하긴 했지만 예전의 좀비물에서도 종종 볼 수 있었던 기법으로 좀비물이 한창 트랜드가 되었던 80년대의 어느 시점에서 시도되었던 방법이기도 하다. 이제는 그 스타일이 좀비물을 넘어 일반적인 공포물에까지 확대되어 최근 시사회를 가졌던 "REC"도 마찬가지로 인과관계가 없이 갑작스럽게 시작되는 살육과 함께 폐쇄된 공간이라는 공포장치를 극대화한다.

이러한 스타일의 현상집중형 (말 그대로 헤프닝) 영화가 다시금 열풍 아닌 열풍 (이쪽 매니아로서 열풍이라고 감히 이름붙이고 싶다) 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꼽아보고 싶은 몇가지 이유가 있기는 하다 (물론 틀린 이유일 수도 있다)

1. 감각의 집중을 통한 공포감 극대화
공포영화에서 주로 이런 현상위주의 영화가 나타나는 이유라고 볼 수 있다. 공간의 한정, 시간의 한정, 더욱 공포스러운 사건의 시간 연장으로 실제 관객은 원인이 어쨌든, 결과가 어쨌든 그 공포스러운 현장의 시선으로 참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공포감이 더욱 커진다는 사실

2. 사회범죄의 무정형, 인과관계의 탈피
공포물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사람의 흥미를 유발시킴과 동시에 공포감을 준다는 사실은 실제 사회에서의 범죄와도 굉장히 닮아있다. 최근의 범죄 유형을 보면 점점 잔인해 지면서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이해조차 되지 않고 이유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영화에서조차 그러한 현상을 반영하고자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3. 영화 제작환경적 특성
헐리웃 메이저 영화사를 제외하면 보통 공포물이라는 장르가 그다지 블럭버스터급으로 사랑받고 있지는 못하다. 최근에 공포물들이 인과관계에 대한 설명 등을 생략하고 현상의 잔혹함과 리얼함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영상적인 완성도와 공포감의 극대화를 이끌어 냈다고 개인적으로 평가를 내리고 있다.
공포물이라는 마이너한 장르가 성공하기 위한 과감한 스토리의 삭제가 아닐까?
(순전히 이 부분은 추측이긴 하지만)

4. 관객 이해도의 상승
최근의 관객수준은 예전에 영화를 마냥 화면에 뿌려지는 그대로 인식하지는 않을만큼 성숙 해 있다.
인터넷 돌아다니다 보면 영화평론가쯤은 만나서 코를 납작하게 해줄 정도로 영화에 대한 뛰어난 해석을 하는 블로거들도 부지기수이고, 그렇게 글을 써대지 않더라도 최소한 "행간을 읽을 정도"는 되는 관객이 이미 차고 넘친다는 말.
구구절절하게 공포영화에서 인과관계 설명해서 뭐하겠습니까. 설명안해도 다 아시죠?
감독은 영화속에 깔아놓은 짧은 몇가지의 복선으로 인과관계를 설명해버리고 끝내는 지략을 발휘할 수도 있는 관객수준이 되어 있는 것.
그렇지만, 그래도, 아직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평범한 감각의 평범한 영화감상자들은 두어달에 한두번 영화보러 오는데 뭐 이런 앞뒤 다 짤라먹은 스토리도 없는 영화가 다 있어! 라고 분명 불평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영화들에 악플 반, 호평 반 정도의 느낌으로 평가가 갈라져 있는 것을 보면 감독들이 과감하게 스토리를 잘라내는 도박을 할 수 있는 환경 정도는 되어 있지 않았나 싶다.

5. 소재 고갈??
마지막으로 한가지 독하게 추측 해 보자면
더이상 써먹을 만한 "납득 가능하면서도 불가사의한 느낌을 주는 원인" 과
"그 원인을 해결 할 수 있을 만한 통쾌하면서도 그럴싸하게 새로운 해결방법" 이 남아있지 않는 게 아닐까?

개인적으로 이러한 현상위주의 영화들에 대해 무척 만족한다고 썼다.
그리고 이런 영화들에 대한 인터넷 영화평을 살펴보아도 호평과 혹평이 어느정도 비등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이런 영화의 "행간"의 의미를 파헤치기 위해 온갖 장면을 분석하면서 또 한편의 숨은 영화 스토리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유나 평가의 방향이 어쨌든 영화를 본 뒤에 이야기 할 거리가 많은 영화들이라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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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0 21:37 2008/07/10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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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름
    2008/07/11 02:11
    영화평론가 수준(그 이상일지도...)의 블로거~이신듯~^ ^b. 전 최근에 공포물을 본적이 없어서 뭐라 할말이 많지않네염.
  2. indie
    2008/07/21 10:13
    에헴~ 영화 보고 싶은데...
    요즘엔 정말 영화 볼 여유가 없다;
    (결혼하고 애 낳고 10년 만에 영화관 갔다는 우리 엄마뻘 되시는 분 얘기 들은 적 있는데...
    그 말 정말 와 닿는 하루하루다;;;)

    어쨌든, 니 글을 보니 저거 저 영화들 보고 싶구나...
    (케이블에서 해주면 볼 수 있을까나? ㅜ.ㅜ)
  3. 스티치 
    2008/07/21 11:52
    구름님 // 너무 과찬이십니다. ㅎㅎ
    인디엇뉘 // 집근처에 극장 있으면 자주 가게 되던데... 문화생활을 해야 결혼생활도 여유로와지는거삼..
    그나저나 저기 적은 영화들 전부 다 공포물인데 애기엄마 괜찮겠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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